2017년 3월 1일 수요일
수의학과 강의의 빡쌤과 시간표에 대해서.
오늘 수의대 강의시간표에 대한 글이 대학생관련 페이스 북에 올라왔고, 많은 사람들이 수의대 시간표를 보고 그래도 자기자신의 강의는 괜찮은 편이라면서 위로를 하는 댓글을 다는 것을 보았다.
그 글을 보고서
'본과가 빡쌔긴 한데 내 기억에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그래, 페북이 원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일부러 실제보다 허세를 담아서 게시물을 올리는 경향이 있지. 물론 해마다 과목이 달라지긴해도 그렇다고 빡쌔진 않을거야'
라는 생각을하고 급 궁금해져서 예전에 다니던 시간표를 찾아보았다.
그렇다.
과거 기억의 힘든 부분이 소거와 미화가 되는 경향이 있고, 또 아무리 수의대에서 배우는 것만 경험하니까 '원래 강의라는게 다 이런식 아닌가?' 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지나고나서 보니 이게 강의가 적은편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다른 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다는 무수한 위로의 댓글을 보건데 말이다.
그러나 저것을 보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저 시간표의 행간을 다 읽은 것 같지는 않다. 바로 '실습'이라고 붙여진 과목들이 시간표의 말미에 적혀진 것의 의미를 말이다.
사실 실습이라는 것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계획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마무리는 학생이 아닌 교수님, 혹은 조교님들의 계획하에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조교마다 그 계획들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향성은 있다.
예를들어, 해부학이나 조직학같은 경우에 실습을 하면서 외울 것들이 늘어나는데 이런 것들을 중간중간마다 퀴즈를 내고 끝나고도 퀴즈를 내고 탈락시 통과할때까지 안보내는 분들도 계신다.
또, 생리학, 약리학과 같은류의 실습들은 생리,약리적 현상들을 주기적인 샘플채취를 '긴 시간'을 통해(혈액, 분변 등등) 수행해서 데이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실습의 끝이 사실상 정확히 정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실험동물의 그날 몸 컨디션에 달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실습과목들을 시간표 마지막에 배치하는 이유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타과목과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식으로 실습 덕분에 점심먹고 지하방으로 들어가 포르말린 냄새 속에서 살다가 어두워져서 가로등 불빛과 불켜진 대학건물을 보면서 밤바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수의대에 다니면 타과생과의 교류는 예과. 그것도 그나마 교양과목을 많이 듣는 1학년때를 지나고 많이 끊기게 된다.
수의대를 다니면서 다른과 학생들을 만날때 이런 얘기들을 들은적이 있다.
'수의대는 왜 이렇게 자기들 끼리만 노냐?'
'수의대 애들은 참 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수의대들은 자기들이 그렇게 잘났냐? 왜 교류가 없냐?'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나와 내 주변을 모두 둘러보고 말하건데 우리들 중에 우리들끼리만 놀자는 분위기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과때 그나마 교류를하고 나면 채워지는 전공 필수과목들은 본과에 이르러서는 하루 일과표의 대부분을 채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타 대학생들과 교류가 가능한 많은 과목들은 물리적으로 듣기가 힘들어지고, 어거지로 시간을 짜내서 듣더라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점심을 굶는다던지..)
이러다보면 동선조차도 타대생과의 교류가 끊긴다. 사실상 수의과대학 단과대 건물 외에는 갈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수의대 다니면서 저런 인식과 정 반대의 푸념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수의학 외에 배우지도 교류도 못하는거 같다'
'맨날 같은 강의실 같은 교수님 같은 사람들 너무 지겨워!'
'너무 빡쌔서 진정한 대학생의 로망을 못느끼는거 같아'
이러한 부분은 어찌보면 개선되어져야할 사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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